서던 리치 3부작
REVIEW / 20250626

내가 정말 좋아하는 SF 시리즈 중 하나다... 원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annihilation을 통해서 접하게 되었는데, 책을 읽고 보니 책을 더 좋아하게 되었음 ^^...

 

서던 리치 3부작은 annihilation, authority, acceptance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원제가 각 권을 잘 표현하고 있어서 번역에 반영되지 않은 게 아쉬울 지경임

 

소설의 흐름은 주인공인 생물학자의 시점에서 X구역의 생태를 조사하는 여성 탐사대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 "annhilation(소멸)", 이후 X구역을 담당하는 서던 리치의 국장의 공석에 따라 새 국장으로 부임하게 된 컨트롤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authority(권위)",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조명하며 각 등장인물들이 X구역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파괴적인 변화 앞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묘사하는 "acceptance(수용)"의 순서대로 전개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이 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역시 주 메시지는 3부작의 원제인 수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듦

 

국장인 글로리아는 변하기 전 X구역을 추억하며 등대지기 솔 에반스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그때 "받아들여야 잘못된 과거를 바꿀 수 있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또한 저항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함

 

서던 리치의 X구역을 변화시킨 무언가는 외계의 존재로서, 재앙으로 파괴된 생태계를 최선을 다해 재생시킨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음... 그래서 접촉하는 환경을 <가차없이 치유>하고 <무자비하게 재건>함으로써 자연을 원시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린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자연의 파괴적인 생명력을 급진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하는 멸망과 회복의 미래를 SF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음.... 그런 관점에서 서던 리치가 그려내고 있는 acceptance는 재앙 앞에서의 체념보다는 말 그대로 수용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지...

 

또한 이 소설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은 죽음이 아니라 생물학자처럼 자연적인 생태계에 맞춘 재탄생과 공존이라는 것도, 작가가 제시하고 싶은 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생물학자의 "인류가 사라져야 한다"는 말은 인간종이 사라져야 한다는 의미가 아닌, 일반적인 인류의 개념이 해체되고 자연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 정말 좋은 소설이다

 

별개로 저는 1권 생물학자와 남편 사이의 관계를 참 좋아하는데, 서로가 서로를 다른 방식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그 마음이 오롯이 닿지 않았다는 사실이 정말 슬프고도 외로운 것 같음... 하지만 돌고 돌아 진심이 전해졌고 그게 바로 생물학자의 곁을 맴돈 부엉이와, 그가 죽기 전까지 제정신을 유지한 생물학자<라고 생각함.. X구역에서는 사랑하던 사람이 내가 알고 있던 모습을 하지 않거나 정확히 어디 있는지 모르더라도 자연과 하나 되어 내 곁에 머무르고 있을 것이며, 나 또한 그리 되리라는 확신을 준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부분이었다... ㅅㅂ 너무 외로워...

 

 

별점: 4.8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flamingoo0322/223019109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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