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서 클라크씨의 책을 읽은 건 이게 처음이었는데... 유명하신 분은 확실히 유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책을 너무 잘쓰셨기 때문... 하지만 별개로 다 읽고 몇 달쯤 곱씹어보니 파장이 안 맞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불호 글이 될 수도...
그나마 1부에서 좋았던 점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면... (일단 이 소설에서 인간-외계인은 짐승-인간처럼 우열이 확실하다는 점을 짚어야겠다... 인간이 열등함) 외계인이 한 인간을 사랑했다... 그렇기에 그가 인간의 유년기를 "사로잡는" 과정 속의 <유일한 실패>였다고 묘사되는 부분... 완벽하게 성공할 수 있었지만 사랑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
아무튼 여기서 유년기를 "사로잡는다"는 건 외게인이 상대적으로 미숙한 인간들(싸우고, 전쟁하고, 환경오염 시키고 etc)을 일종의 황금기로 이끌어준다는 것이었는데... 기술적 황금기, 문화적 황금기를 지나 진화적 황금기로 이끎으로써 훨씬 상위 존재의 일부가 되도록 해 버린다... 일부라 한다면 그들의 양분이 되는 것인지 구성원이 되는 것인지 모호하지만, 솔직히 여기서부터는 내 취향이 아니었음...^^
전쟁과 냉전을 거치면서 세계 정세에 회의감을 느낀 클라크씨가, 인간들의 이런 자기파괴적인 행태를 누군가 해결해주기를 바란 것이 아니었을까 <이런 이야기도 있는데... 마침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12.3 계엄이 터지고, 누군가가 미군이 개입해서 이 사태를 가라앉혀주면 좋겠다고 한 글을 보니 무지 화가 나더라고...^^ 물론 이 책에는 외계인의 도움을 받아 초월하는 인간만 나오는 것은 아님... 이 "외계인" 친구들은 정작 초월할 잠재력이 없어서, 남들을 대신 초월시켜주면서 (이것도 더더더 상위 외계인들에게 명령받고 하는 거임) 자기들도 스스로 한계돌파할 방법을 찾고 있는 성실한 애들임
하지만 인간 독자 입장으로서는 이 성실한 "외계인"들에게 이입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가 않고, 또 얘네들은 잠재력이 없어 초월라인업에서 걸러진 애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하는 친구들이라 책 자체가 영 좋게 보이지만은 않았음...
아무튼 나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시청하면서도 클라크씨가 뭔말하려고 하는지 진짜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분이 그런 불평에 대고 "니가 이거 완벽하게 이해했으면 우리가 실패한거다"라고 하셨대서 ㅈㄴ 빡쳤음) 이 책도 마찬가지라 작가 자체가 나랑은 공명을 안 하는 것 같음...
별점: 4.4 (그래도 잘 읽히는 책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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