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폭스 갬빗 3부작 (제국의 기계)
REVIEW / 20250618

뭐 사실 정말 좋아하는 책이지만... 좋아하기에 아쉬운 부분이 더 많지... 음... 일단 제일 호감인 부분은 스토리에 앞서 젠더무단횡단자들이 많은 퀴어친화 소설이라는 점임


이성애자가 누구 나왔는지는 기억이 오히려 안 나고... 호모플렉시블 바이나 트젠이나 이런 친구들만 오천만 명 생각나네

 

아무튼... 이건 (작가의 내력을 고려하면 더욱 호감되는 부분인데) 체제에 맞지 않는 이들을 이단으로 규정하는 파시즘적 제국이 나오는 디스토피아 혁명소설인데... 왤케 좋은 부분보단 그렇지 않은 부분이 더 많이 생각날까? 정말 사랑하는 소설인데... 사랑해서 그런가...

 

본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제다오가 정말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일단 그는 과거를 고려해 보면 이단으로 규정되지도 않은 평범한 이에 속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주변 이들이 희생당하는 것을 보면서 반란을 저지르기로 결심한 자이기 때문에

 

특히 쿠젠과의 관계도 매력적인데 (성애적인 부분은 배제하기 어렵겠지만 난 우선 배제하고 해석하고 싶음) 메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면 쿠젠-제다오는 권력자-반란군이고, 난 그것만으로도 쿠젠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함


혁명을 원하는 반란군은 인력을 동원해 뿌리를 뽑기보다는 (쿠젠이 그럴 만한 직군도 아니거니와)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쪽이 유리하지 않을까? < 이게 내 의견...

 

또 쿠젠은 제다오를 일견 사랑하는 듯하면서도 (단순히 그가 사랑하는 법을 잊었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45세 제다오에게 하는 행동들은 그에게 일종의 효용감을 주려는 가스라이팅에 가까울 때가 많았기 때문임 (반면 17세 제다오에게 하는 행동들은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아 보이긴 했음... 솔직히 난 3권 별로라 논하진 않겠지만)

 

아무튼 쿠젠은 그런 식으로 제다오를 손에 넣음으로써 반란 세력을 무력하게 만드는 동시에 과정에 기여했다는 만족감을 주고, 낡은 체제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개혁하고자 했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함... 하지만 그렇기에 체리스를 다루는 방식들이 내게는 매우 아쉬웠는데


1. 체리스가 제다오의 기억을 흡수한 동시에 그의 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의 영향을 받았다는 건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었지만 그래서 체리스의 캐릭터성이 묻힌다

2. 제다오를 3권에서 되살려버림으로써 1번이 배가 됨

 

나는 쿠젠과 애인이었고, 또 검은 요람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났던 제다오와는 달리, 체리스는 (그의 기억을 흡수하기는 했으나) 쿠젠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함

특히 검은 요람은 사용자에게 불멸성을 가져다 주지만 불구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르는 기구인데, 굳이 불구로 만들어 버리지 않더라도―불멸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묘한 측면이 있음

 

왜냐면... 일단 쿠젠에 대해 먼저 짚어보자면, 쿠젠은 자신의 정신적 나약함을 견디기 어려워 온정을 버렸고, 결국 성격 장애가 생겨 (ㅋㅋ) 개짓을 저지르다가 검은 요람을 만들고 권력자가 되기에 이르는데, 이때 불멸성이 무엇이었냐? 하면 그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고, 동시에 권력에 눈뜨게 했던 원인이라고 생각함


제다오는 싸움의 기회를 노리기 위해 검은 요람에 들어갔지만 그때문에 자신을 잃어버릴 뻔했고, 결론적으로는 누군가에게 결박되어야 한다는 특성 때문에 목숨을 잃었음 (다행히 체리스는 살아남았으나) 이때 불멸성이 무엇이었냐? 하면 체리스에게 넘겨진 투쟁의 정신이지만 동시에 제다오를 쿠젠/그의 체제(첼 대가리들 포함)의 손길 아래 묶어두는 수단이었지 않나 함

 

즉, 그런 의미에서 제다오의 불멸하는 의지는 시체 유리질을 통해 체리스에게 "계승되었을 때" 진정으로 의미가 있었을 거라는 뜻임


쿠젠도 참 좋아하는 캐릭터이지만 (나아기기 위해서는 강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뜻에서 스스로의 나약한 부분을 제거하신 분이나... 약자들을 향한 온정을 배제한 체제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걸 전적으로 보여주는ㅋㅋ) 아무튼 나는 체리스가 좋은 것 같다


구시대의 혁명가인 제다오와는 달리 낡아빠진 체제를 뒤엎을 힘(수학적 재능)을 가졌으며, 그의 꿘 정신까지 계승한 MZ 캐릭터라는 점에서... 그러나 3권에서 17세 제다오와 체다오를 완전히 분리함으로써 45세 제다오가 저지른 학살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기도 애매해져 버렸다는 점이나... 과한 (나만 그런가) BL 코드들이나... 그런 것들이 너무 아쉬웠던 책


사랑했다 나인폭스 갬빗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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