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머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
REVIEW / 20250618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이 책에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 주지는 않지만, 나는 파머 엘드리치는 자본주의와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욕망이라는 역자의 해석에 동의함


옛날에 트위터에 썼던 타래를 조금 더 정제해서 작성해 보자면, 엘드리치는 기업가이지만 츄-z라는 마약을 통해서 그것을 사용한 사람들의 정신세계에 나타나고, 그들을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영원불멸하는 사람처럼 묘사되는데 자본주의/소비주의가 조장하는 욕망 또한 그와 똑같다는 생각이 듦

 

내가 자본주의 세계의 부품이 된 이상 돈으로 물건을, 사람을, 심지어는 행복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그걸 실현하고 싶은 욕망은 존재할 수밖에 없고, 사람에게 기생>타인에게 옮겨감으로써 체제가 유지되고, 한편으로는 누군가를 소외시키면서 헛된 꿈을 꾸게 하여 절망하기 만들기 때문이므로...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인 기계로 대체된 눈/입/손은 (의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려는 의미가 X임을 미리 밝힘) 그런 기업이 조장하는 무한자본주의와 소비에의 욕망이 어떻게 사람의 눈을 흐리고 입을 막고 올바른 선택을 못하게 만드는지, 그리하여 우리가 어떻게 비인간적으로 변질되는지를 보여주려는 비유라고 생각하고


특히 올바르지 못한 선택은 츄-z라는 이름과 결합해 생각해보면 재미있는데, 우리는 이 세상에서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choose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지만 사실 그건 기업들의 농간인 경우가 아주 많다는 점이 그렇다


나는 엘드리치는 자기가 영원한 생명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츄-z를 사용한 이들이 육신과 영혼 양면에서의 진정한 죽음을 경험한다는 것이 특히 좋았는데... 우리가 흔히 "돈으로 귀한 경험을 샀다"고 할 때, 경험을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끝나고 현실으로 돌아올 때까지, 어떻게 "나 자신"과 유리되는지가 생각이 났다 (당사자성)


그런 유리된 기분이 계속해서 "경험의 구매"를 조장하기 때문에, 엘드리치가 바니에게 과거에 매몰되지 말고 "뭔가 다른 것"을 만들어 보라고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듦

 

슬슬 마무리하자면 작가가 엘드리치와 츄-z를 외부의 무언가로 묘사한 건 자본주의도 사실상 식민지 개척을 통한 수입 사상이라서 (확실치 X) 그런게 아닌가 싶은데... 엔딩 자체는 뭔가 명확한 지향점을 가르쳐주는 것 같지는 않아서 아쉬웠으나 (오히려 회의적인 것에 가까운듯) 그럼에도 좋았음



별점: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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